금쪽같은 우리의 유산, 국가중요농업유산 제7호 ‘울진 금강송 산지농업 시스템’

2016년 12월,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울진 금강소나무 숲 군락지의 자연 생태경관과 생물의 다양성, 그리고 목재 자원으로서의 우수성과 더불어 수백 년 동안 이어 온 울진 금강송 산지농업 시스템은 국가로부터 인정받아 ‘국가중요농업(임업유산 제1호)유산 제7호’로 지정되었다.

천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울진 지역의 금강소나무 숲은 단순히 소나무로 이루어진 숲이 아닌 지역주민들의 중요한 생계 수단이다. 또한 사회적, 문화적 공간이면서 민속신앙으로까지 이어지는 주민들의 다양한 생활의 흔적들이 스며들고 누적된 삶의 산물이다. 울진 지역주민들에게 있어서 금강소나무 뿌리에서 공생하는 복령, 송이버섯 등은 가장 큰 소득이자 식자재이다. 특히 동해의 해풍을 맞고 자라는 울진 지역의 송이버섯은 깊은 향과 맛을 가지고 있어 미식가들에게 인기가 높다. 송이구이, 송이산적, 애호박송이국, 송기떡, 송화다식 등 지역농업유산을 이용한 음식도 다양하다.

전 세계적으로 100여 종이 서식하는 소나무 중 울진 금강소나무는 유전적으로 세계 최고의 형질을 가지고 있으며, 그 유전적 보전 가치가 매우 높다. 또한 금강소나무는 곧은 줄기와 심재 비율이 높고 재질이 치밀하여 목재로서 가치가 높으며, 송진 함량이 많아 잘 부식되지 않고 물에 강하다. 그래서 조선시대 궁궐, 사찰, 한옥과 남대문을 비롯한 수많은 한국의 중요한 목조 건축물에 금강소나무가 목재로 사용되었다.

울진 금강소나무 산지농업 시스템의 진정한 보전 가치

우리의 선조들은 왜 금강소나무 농업 시스템을 보전·전승하기 위해 수백 년간에 걸쳐서 노력해 왔는가? 현재와 미래 세대도 뜻을 같이하고 동참해야 하는가? 대답은, 금강소나무 농업 시스템이 국가가 나서서 보전할 만한 귀중한 공익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

금강소나무 농업 시스템에 대한 진정한 가치를 알면 알수록 울진 지역주민들은 농업유산을 보전하고 전승하는 일에 높은 자긍심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동참하게 될 것이며, 나아가서는 일반 국민들도 금강소나무를 아끼고 지키는 일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응원하게 될 것이다.

금강소나무 농업 시스템은 농촌 발전 전략의 수립에도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 준다. 기존 지역 발전 전략은 자원을 발굴하여 개발하고 이용하는 측면에서 접근하였다. 이른바 ‘개발 중심적 농어촌 발전 전략’을 지향했다. 이 책에서는 농업유산자원의 특성과 농촌 발전을 연계시키는 전략을 제안한다. 농업유산이라는 귀중한 자원을 보전과 활용의 측면에서 접근하는 ‘보전 중심적 농어촌 발전 전략’이다. 즉, 보전을 통해서도 농촌이 성장하는 새로운 유형의 농촌 발전 모델이다. 개발 중심의 시대에 보존해야만 하는 자원이기 때문에 숨겨져 있었던 인간과 자연의 공생을 추구하는 금강소나무 농업유산은 여건 변화에 따라 되살아나고, 발전의 핵심 자원으로 조명을 받을 것이다.

산림생태와 해양생태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생태관광의 유토피아 ‘울진’

울진에는 왕피천 생태탐방로와 울진 금강소나무 숲길이 조성되어 있다. 산과 절벽으로 둘러싸여 접근이 쉽지 않은 대표적인 오지인 왕피천은 국내 최대 규모의 생태경관 보전지역이다. 삼한시대 삼척 지역의 왕이 피난을 온 곳이라 해서 이름 붙여진 왕피천은 오지 트레킹이나 계곡 트레킹 마니아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울진군 중에서도 특히 자랑하는 청정 지역 불영계곡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곳곳에 협곡과 유려한 지형 경관을 갖추고 있으며, 오랜 세월 인간의 손길이 미치지 않아 멸종위기종·보호종 등 야생 동물들이 서식한다. 특히 1∼2급수에서만 사는 멸종위기종인 한둑중개가 서식하고 있으며, 우수한 자연생태계가 보존되고 있는 지역이다.

또, 동해안에서 가장 긴 해안선이 있는 울진에는 이름난 해수욕장도 많다. 특히 후포, 봉평 등이 전국적으로 유명한데, 해수욕뿐만 아니라 해안선을 따라 사철 바닷바람을 맞으며 해풍욕을 하거나 명상하기에도 좋다. 때 묻지 않은 바다와 역사·문화가 함께하는 울진의 해수욕장과 해파랑길을 통해 해양생태를 온몸으로 즐길 수 있다.

그 외에도 울진은 어느 지역보다도 아름다운 해양경관을 간직하고 있다. 특히 절경이 아름답다는 관동팔경(關東八景) 중 ‘망양정’과 ‘월송정’ 두 곳이 바로 이 울진군에 속해 있다.

이처럼 울진은 산림생태와 해양생태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지역이다. 동해의 맑고 푸른 바다와 계곡이 어우러진 고장, 그리고 영험한 금강소나무가 꼿꼿한 자세로 뻗어 숲을 이루고 있는 땅, 이런 울진이야말로 오염되지 않은 생태관광의 유토피아다.

농업유산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우리에게는 아직 발굴되지 않은 가치 있는 유·무형 자원이 많다. 그러므로 규모화, 체계화되어 있는 새로운 것을 찾기보다는 우리 지역의 미래를 잘 준비할 수 있는 작은 활동부터 시작해 농업유산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가치를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

『울진 금강소나무 농업유산』은 바로 이러한 미래를 준비한다는 차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우리는 이제 농업유산의 다양한 가치를 바탕으로 위기에 직면한 산촌에 대한 진정한 가치를 되돌아보고 새로운 도전 기회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