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적인 발굴조사는 단숨에 끝날 수 없다. 불과 며칠 만에 끝나기도 하지만 몇 개월, 몇 년이 걸리기도 한다. 그러므로 발굴마다 나름의 이야깃거리를 간직하게 되는 것이다. 발굴 자체가 일상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에 하루에도 많은 일들이 일어나며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고 그리고 없어진다. 몇 천 년, 몇 만 년의 세월이 현재에 드러나면서 현장에서의 고달픔을 잊게 된다. 그러나 정지된 시간으로 묻혀 있던 유물이 순간의 소중하고 작은 실수로 영원히 사라지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발굴 현장에는 늘 긴장이 감돌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대학을 졸업하던 해 졸업 논문을 쓰기 위해 소사 신앙촌의 쓰레기장을 발굴하게 된다. 이 발굴은 쓰레기 매립장에서 발굴된 귀중한 유물인 비닐봉지, 군용 수통마개 등을 통해 고고학적 발굴 결과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작업이었다. 이 발굴로부터 30여 년. 건설공사로 사라져 버릴 고대인의 쓰레기장과 댐 공사로 물에 잠길 수많은 고분들, 도굴꾼이 훑고 지나간 절터의 발굴 그리고 왕비의 어금니가 발견된 왕의 무덤과 찬란한 금관이 모습을 드러낸 고분에 이르기까지 땅위에서, 땅속에서, 물속에서 30년이란 긴 세월을 발굴을 하며 보냈다.

오랫동안 발굴현장에서 땀 흘려온 저자의 이 『발굴 이야기』는 우리 고고학의 역사이며 현재의 이정표이다. 제1부에서는 광복 직후의 호우총 발굴에서부터 1980년 초의 전곡 구석기 발굴까지 우리 손으로 이루어진 발굴 현장들을 생생히 보여주고 있으며 제2부에서는 일제시대의 발굴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음모와 역사 왜곡을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그리고 제3부 고고학이란 무엇인가와 부록으로 실은 한국 고고학 개정 용어해설은 이 책을 이해하는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