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천년의 건축 화두는 동·서양의 조화!

서양 건축을 받아들인 지 일백년 안팎밖에 안 된 지금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온통 서양식 일색이다. 문화의 속도보다 물질의 속도가 더 빠른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하지만 우리에게 이제 서양은 단순히 우리 것과 다르다는 관점에서만 볼 수 없는 현실이 된 것이다. 한때 우리는 전통 건축을 마치 타파해야 할 구습이라 여겨 개량의 대상으로 보던 때도 있었으며, 이것에 대한 반발로 '우리 것은 소중한 것이여'라는 식의 전통 제일주의도 겪어 보았다. 그런데 우리가 우리 것과 서양 것에 대해 상대적인 잣대로 보는 동안 서양의 현대 건축에서는 동양 건축의 아름다움이 대안적 선례가 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우리 것과 서양 것을 상호 대립적인 관계로 보는 동안 서양 사람들은 오히려 우리 것으로부터 자신들의 한계를 극복할 교훈을 배워간 것이다.

서양 건축사를 연구하는 이 책의 저자 임석재 교수는 20년 가까이 관심을 가져온 우리의 옛 건축과 서양 건축에 대해 일반인들도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설명해 준다. 우리의 옛 건축과 동일한 고민을 한 흔적이 보이는 서양 건축과 미술을 시대와 공간을 넘나들며 풀어헤친다. 그러면서도 한국 또는 동양 건축이 무조건 서양 건축보다 우수하다는 우열 가리기 식의 주장은 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이제 우리 것과 서양 것 사이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가치를 찾아낼 때라고 말한다. 즉 두 건축 사이에 존재하는 공통된 가치야말로 건축의 본질이며 새로운 천년의 화두임을 일깨워 준다.